복합소재 1위 한국카본 낚싯대 만들던 기술, 인공위성까지 적용 김진원 기자, 경제 www.hankyung.com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등 복합소재 전문기업 한국카본(13,000+0.78%)이 슬로바키아 항공기 부품업체 C2I 지분 100% 인수 계약을 건 자재기업 LX하우시스(50,200-0.99%)와 지난달 24일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비공개다.
조문수 한국카본 회장(사진)은 3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C2I 인수 계약은 항공산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항공기 날개 드론 인공위성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특수소재를 개발해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항공기 부품사업 진출 가속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한국카본은 CFRP·GFRP와 같은 복합소재를 연간 약 21만㎢ 생산하는 국내 1위 기업이다. 주요 고객사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국 걸프스트림 등 항공기 제조사다. 매출 구성은 수출 70%, 내수 30%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약 11% 감소한 매출 3275억원에 영업이익 215억원으로 예상된다. 업계 특성상 계약 후 약 2년 뒤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선박 발주가 적었기 때문이다.
CFRP는 탄소분자가 사슬처럼 연결된 실로 짠 탄소섬유에 합성수지를 맞춰 만든 복합소재다. 무게는 강철의 5분의 1 수준이면서 강도는 강철의 10배 이상이다. 낚싯대로 시작해 자동차 경량화 소재,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저장탱크까지 사용된다.
한국카본의 현재 주력 제품은 LNG·액화수소운반선용 보냉자재(RSB·FSB·MLI)다. CFRP·GFRP에 추가로 니켈강, 스테인리스강, 폴리우레탄 등 여러 소재를 겹쳐 만드는 보냉자재는 액화수소 기준 영하 253도까지 버틴다. 조 회장은 “열에 의해 소재가 수축·팽창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열팽창계수를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은 한국카본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C2I 인수로 한국카본의 항공산업 진출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유럽과 미국 항공기 제조사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설계부터 마무리까지 함께하는 소재·부품사를 원했다”며 “C2I는 매출 100억원 규모의 항공기 내장재 및 자동차 경량화 부품업체로 그리 큰 회사는 아니지만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데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 0.1㎜ 탄소복합소재 개발해 위성 적용
한국카본은 미래 먹거리로 수년째 항공산업을 키우고 있다. 2014년부터 항공기용 복합소재 사업 진출을 준비한 한국카본은 2018년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과 합작사 KAT를 설립하고 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8월 걸프스트림 중형 제트기 G280 꼬리날개 구조물 공급계약을 290억원 규모로 체결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한국카본은 이 밖에도 KAI가 만드는 국내 최초의 민항기 KC100 내장재와 유럽항공사 컨소시엄 기업 에어버스의 민항기 A350 내장재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박형 탄소섬유복합소재(CUPF)를 개발해 우주에도 진출하고 있다. CUPF는 기존 CFRP 두께의 12분의 1(0.1mm)에 불과하다. 같은 크기의 제품을 만들 때 20% 이상 경량화할 수 있다. 조 대표는 “한국 차세대 중형 위성 본체에 제품을 적용하기 위해 KAI와 각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카본이 LG·액화수소운반선 수주량 증가와 항공·우주 등 신사업 진출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는 한국카본의 내년 실적을 매출 4337억원, 영업이익 406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대비 각 30%, 8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국카본은 조 회장의 부친인 조용준 한국화이버 회장이 1984년 설립했다. 탄소섬유를 이용한 낚싯대와 테니스 라켓 등을 제조했다. 한때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낚싯대의 80%가 한국 카본 제품이었다. 중국산 저가 제품 물량 공세에 주력 사업을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옮겼다. 동국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조문수 회장은 1983년 한국화이버기획실장을 거쳐 2008년부터 한국카본 경영을 맡고 있다. 한국카본 주가는 4월8일 1만750원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 6일 1만4400원을 기록한 이후 소폭 감소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