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여행

지나간 여행 사진을 이제야 올린다.기억은 소중하고 잘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꺼낼 수 없으니까.친구들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계획적이지도 계산적이지도 않고 여행이 그리 예쁘지도 치밀하지도 않지만 소중한 시간이었고 또 무작정 떠나고 싶은 마음이 움직인다.

어딘가 기억이 흐릿해서 길가에서 찍었는데 햇빛에 우리 우정이 정말 예쁘다.

강원도 관광명소로 손꼽히는 수타사. 고즈넉한 사찰과 다가오는 끝자락을 위해 한껏 화장을 하고 있는 단풍에 복잡했던 마음이 진정된다.역시 인간은 담담하게 흐르는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수타사를 둘러보고 수타사 입구에서 감자전에 막걸리.캬~강원도에서 먹는 감자전은 일품이에요~^^

여행은 먹방이야!화로구이로 막국수를 먹었다.현지인만 아는 식당을 소개받았지만 포스 작렬한 할머니가 내놓은 투박한 돼지고기가 분위기를 압도한다.인생을 화로구이와 함께 했다는 시할머니의 자부심만큼이나 보기와는 달리 고기 맛은 굿! 할머니 포스와 화로구이 맛은 진정성 그 자체였다.화로구이와 먹는 막국수도 조화를 이뤘지만 할머니식 된장찌개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된장찌개에 밥을 비벼 먹었던 기억에 침샘이 자극된다. 맛집이었는데 기억이 안나. 아무튼 서툴고 구멍 많은 내 여행기는 어쩔 수 없어.

설악산은 오르지 못하고 한계령 휴게소로 향했다.대학 동기들과 부산에서 밤 기차를 타고 밤새 달려와야 닿을 수 있는 곳이 설악산이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 거리가 크게 단축되었다.젊음이 감도는 설악산 근처에 오면 과거 청춘들의 기억이 무심코 떠오르며 묘한 기분이 든다.맑은 가을날이 한계령휴게소에 닿으면 안개 속에서 오리무중이다.짙은 안개로 일몰도 보지 못하고 차가운 날씨에 떨었다.한계령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눈부신 고립을 꿈꾸는 한 시인의 시심에 감동해 안개를 헤치고 서둘러 내려왔다.무릎까지의 눈을 헤치고 설악산에서 뛰어다니던 시절이 안개가 두려워 서둘러 차를 타고 내려오는 지금의 시대와 대비돼 씁쓸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한계령휴게소에서의 허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바다로 향했다.보이지 않는 바다를 곁에 두고 수없이 와서 부서지는 잘 들리지 않는 파도 소리를 위로하며 회를 먹었다.역시 뭘 먹으면 마음이 넉넉해져.여행을 핑계로 집을 나와 맛있는 것을 먹는 하얼빈에서 정해진 일정이지만 내 마음이 좋으면 그만이다.그리고 친구들과 함께라서 더 좋다^^

다음날 인제에서 명태해장국으로 해장을 했다.늘 느끼는 일이지만 해외여행하는 돈으로 국내여행을 하면 더 고급스럽고 만족스럽다.맛있는 음식에 한국이 더 좋아진다.

설악산을 지나갔다(웃음) 소백산을 가까이 두고 소백산의 사계절 풍광에 침이 마를 정도로 자랑하지만 역시 설악산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산중의 산인 설악산을 멀리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졌다.설악산을 직접 밟아 온몸으로 체험하면 더 큰 기쁨과 경의를 느낄 것이다.산이 항상 그곳에 있음을 감사하고 약속 없는 다음을 몰래 새겨본다.설악산~ 다음에 보자!내려가는 길에 정동진역에 들렀다.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역의 느낌은 확실히 남다르다.1박2일 여행 일정이라 다음날 심신은 전날과 확연히 달라 정동진역을 대충 둘러보고 차를 탔다.나이가 드니까 여행도 좀 느슨하게 길게 해야지. ^^강릉 안목해변에 들러 커피타임.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야.나만 그런가?찌릿찌릿 걷는데 바다 앞에서는 사죽을 못 쓰네.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일주일 정도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을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는데 그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여행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여행 후 피로감으로 실질적인 여행 일정은 더 길다.하지만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체험은 분명 삶을 다채롭게 채워준다.그래서 지난한 여행일지라도 여행자를 자처한다.여행을 하다 보면 분명 남는 여행길을 터득할 것이다.이제 곧 집을 나가야 해.#강원도여행 #수타사 #홍천화로구이 #한계령 #설악산 #안목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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