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면 병원에서 첫 외래 일정을 잡아준다.외과, 내과, 이비인후과를 모두 들러야 해서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은데 저 같은 경우는 24일 월요일, 27일 목요일 두 차례로 나눠 일정을 잡아줬는데 불편할 것 같다고 27일 목요일 하루 정리해서 다시 잡아줬다.최종적으로 전이됐는지가 걱정돼서 하루빨리 외래를 보고 싶었고 같이 입원했던 어르신들과도 얼굴을 다시 볼 겸 월요일도 괜찮았는데 어쨌든 그렇게 됐다.
쉬면서 외래를 기다릴 때 또 말이 안 되지만 두 가지 상반된 고민을 한다. 아.. 만약 조직검사 결과 전이가 보인다면 어떻게 할까? 근데 나 만약에 암 아니면 어떡하지?
- 누구나 고민할 거고. 웃을 수 있지만, 2.에 대해서도 조금 고민해 보았다. 나는 99% 이상의 확률로 암이라고 했고 암이 아닌 것을 암으로 오진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데 이런 고민을 했다^^;뭐 0.1%의 확률이라고 해도 나는 이미 갑상선을 절제해 버린 게 아닌가. 심지어 암 진단 보험금을 이미 몇 천만원 받았는데 암이 아니면 이걸 다 토해내야 하나 싶기도 했다. (만약 암이 아니었다면 정말 토해내야 할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 그동안 나는 나름대로 휴식을 취했고 다시 회사에도 복귀했다. 예전에는 갑상선암 수술을 하면 한 달, 세 달처럼 병가나 휴직으로 쉬었다는데 글쎄 요즘은 일단 병원에서 진단서 자체를 그렇게 길게 써주지 않으려고 한다. 집에 있다고 해도 육아로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라서 오래 쉴 생각도 없고 쉬는 동안에도 회사에서 이런저런 일로 연락이 많이 와서 일찍 복귀했다. 참고로 나는 수술을 포함해서 2주 동안 아팠어. 그냥 적당한 수준인 것 같아.그동안 기침/가래는 아주 좋아졌고 수술 부위도 처음에는 파랗고 멍이 들었으나 멍도 거의 사라지고 겨드랑이 위쪽만 절개한 흔적이 보인다. 무거운 것을 들지 말라고 하지만 1015kg 정도는 들어도 문제없다.
- 아무튼 또 시간이 흘러 27일이 되었다. 막상 외래를 받으러 가기 전날이 되어서야 문득 생각이 난다.아니, 그런데 왜 금식하라고 하지? 내일 혈액검사 안하나?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검사하지 않는다. 이유는 뒤에서…
먼저 외과를 찾았다. 송라영 선생님하고 고생하셨다는 얘기를 하고.우선 중요한 게 최종적으로 림프선 전이가 됐는지 여부인데 수술 부위 뒤쪽에 있는 림프선 3개를 채취해 최종 확인한 결과도 전이가 없었다. 천만에요 다행이다. 그래서 조금 안심하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 외과에서 최종 진단서와 연말정산용 장애인 증명서 등 필요 서류를 신청했다. 장애인 증명서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설명하겠다. 외과는 3개월 뒤 다시 외래 진료를 받기로 했다.
이어 내분비내과 정윤재 교수. 위에서 말한 ‘오늘 피검사 안 할 거냐?’에 대한 의문이 여기서 풀리는데 어차피 지금 계속 신디로이드를 먹고 있기 때문에 오늘 피검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한 달 동안 약을 끊어보고 그때 다시 혈액검사를 해서 약을 계속 먹을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아니, 그러다 한 달 동안 내가 기운이 없어서 쓰러지면 어떡하지?”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빈둥빈둥 알아냈다고 한다.그리고 중요한 게 수술 결과이기 때문에 외과에서 말이 없던 갑상선암이 튀어나왔다는 얘기를 하고. 이거 옛날 같으면 저는 절제했다고 하시네요. 이건 참지 못하고 ‘튀어 나왔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라고 물었더니 또 ‘갑상선이 살짝 튀어나온 거예요’라고 설명해 주시는… 하… 그래서 그게 무슨 뜻인지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었는데 저도 교양 있는 사람이라 참는다. 집에 갈 때 생각해 보니 피막을 조금 침범했는데 전이는 없었다는 얘기냐며 나 혼자 짐작한다.* 나중에 수술 결과지를 볼 수 있는 아내에게 물어보니 말 그대로 갑상선암이 살짝 옆으로 돌출돼 있다고 한다. 하… 그냥 튀어나왔다고 설명해주셨는데 나 혼자 답답하더라고.
마지막으로 이비인후과. 여기는 뭔가 긴 설명이 필요 없어. 후후 소리를 내는 거야, 아, 소리 내는 거 해봐, 이어서 공포의 비강경 검사. 오늘도 콧속에 비강경 카메라가 많이 들어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PCR 검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힘들지만 아, 해보세요. 소리 내보세요. 죽을 것 같아. 정말 다행인 게 수술 전에는 양쪽 콧구멍을 다 했는데 이날은 한쪽만 했어. 아무튼 그동안 이비인후과 이세영 교수님을 만났는데 별일 없이 두 달 정도 소리를 질러야 한다고 하셨다.
팁으로 실손보험을 청구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제 병원비는 무려 1100만원이 넘었지만 제 실손보험사인 메리츠화재의 경우 100만원 초과 건은 방문 접수하도록 돼 있다. 아… 너무 귀찮은 일. 집에 가던 중 문득 병원 1층 실손보험 청구 기계가 떠올라 돌아왔다. 속은 셈 치고 신청 한번 해보려고. 실손보험 빠른 청구라고 해서 이게 사업자명 같은데 수수료가 1천원 발생한다. 뭐, 방문의 수고를 1천원으로 해결하면 그게 어디냐면서 접수를 완료했다. 접수하면 카카오톡으로 추가 서류를 제출하라고 연락이 오는데 그래서 최종 진단서를 제출했다. 전부 신청했더니 옆집 실손보험의 빠른 청구에서 파견된 것 같은 분이 설명을 해주는데 ‘아, 1천만원이 넘는다고요? 그러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애매한 답변을 주셨다. 결과적으로 이틀 만에 보험금 Get 성공.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궁금해 하는 연말정산용 장애인 증명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카페 글을 보니까 다들 어려워하시던데…연말정산용 장애인 공제는 인정공제 중 추가공제에 해당한다. 우리가 연말정산을 진행할 때 배우자공제, 직계존속/비속공제를 입력할 때 그 공제다. 의료비 세액공제나 신용카드 세액공제와 무관하다. 세액공제가 아니라 소득공제의 일종이다. 종합소득세 대상이 되는 종합소득금액에서 더할 것은 더하고 뺄 것은 빼고 소득세법상 종합소득과 새 표준이 나오고 여기에 세율을 곱하면 종합소득 산출금액이 나온다. 소득공제는 여기서 말하는 빼기 항목에 속한다. 세액감면이나 세액공제는 차감한 결과인 종합소득 산출금액에서 차감하는 항목이다.
우리 같은 갑상선암 환자는 5년 기간에 한해 장애인 공제를 받을 수 있다.장애인공제는 추가공제이기 때문에 기본공제 대상이 장애인공제 요건을 충족하면 2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기본공제는 본인공제, 배우자공제, 부양가족공제(직계존속, 직계비속, 형제자매 등)가 있고 본인을 제외하면 1) 연령과 2) 해당 과세기간의 소득금액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장애인 공제의 경우 연령 제한은 받지 않지만 소득금액 제한은 받는다.그리고 유효기간 5년의 경우 저처럼 갑상선암 진단은 2021년 12월에 받고 수술 및 증명서 발급은 2022년 1월에 발급된 경우는 2021년부터인지 2022년부터인지 저도 궁금했는데 직접 발급해 보니 궁금증이 풀린다. 2021년 12월부터로 표시되어 있다. 아마도 산정보험 특례 적용 대상자로 등록된 날짜부터 유효할 것으로 생각된다.* 혹시 틀리면 좀… 수정해 놓을게요.
보험금을 더 받고 소득공제를 좀 더 받는다고 내 갑상선이 살아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암이 완쾌되는 것도 아닌데.이런 거라도 다 받아서 먹는 게 조금이라도 슬프지 않을 것 같아 ㅎ 전에 옆 파트 선배님이 갑상선암이었는데 수술하고 보험금이 든 걸로 벤츠를 골랐다. 그때 속으로 아니, 뭐 하는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해할 수 있어^^형이 왜 그랬는지. 뭐, 그때 형은 애가 없기도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