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인가?
넷플릭스 곳곳에서 뭔가 볼 만한 영화를 찾다가 벤 스틸러 영화를 다시 만났다.유명 영화가 아니라 방대한 넷플릭스 DB에 숨겨진 주옥 같은 영화를 찾다가 마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시리즈 두 편 같은 영화를 발견했다.
벤 스틸러의 코믹 영화만 주로 봤는데 좀 진지한 영화를 보면 이 배우는 이런 스토리에 잘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또래 남성들이 공감하는 내용인 것 같다.
내용의 진행을 특별히 구분할 만한 점이 없어 그대로 보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봤다.
이 영화를 보면 주변 동창이나 동종업계 사람들 중 자신보다 인기 있는 인물이 주는 은밀한 스트레스는 결국 스스로 만들어내게 됐다.
전체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누군가의 부러움을 사는 인지도 높은 대학 출신 주인공은 비영리회사를 운영하며 살아간다.가족 구성은 공무원인 아내와 음악에 소질이 많은 아들이 있다.주인공 스스로는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학교에서 사귀던 친구들은 대부분 잘 지내고 있다.가끔 그 친구의 멋진 생활을 상상하며 살아간다.그러던 중 아들이 하버드까지 진학하게 되면서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던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만나게 된다.그런 가운데 그들도 그렇게 현재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과, 그들을 평가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결국 잘 자란 아들이 주인공의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준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결말보다는 극중 주인공의 생각과 갈등이 나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으면 감탄하면서 보는 영화다지나치게 자신을 낮추거나 남과 비교하며 삶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
한 리뷰에선 겁쟁이라고 주인공을 평가했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런 유형의 삶을 사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극 중 오랜만에 잘나가는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친구를 칭찬해 주며 두 사람의 관계가 경쟁하는 사이여서 이에 동조하기를 바라는 듯 말한다.하지만 상대방은 어리둥절해하면서 자신이 주인공과 경쟁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해 어이없어 한다.결국 주인공은 상대 친구가 안중에도 없었지만 지금까지 자기 혼자 경쟁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그런 친구의 반응에 화가 났는지 어이가 없는지 저녁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아마 이 장면이 주인공의 최악의 순간인가 보다.아무도 자기에게 관심도 없는데 자기 혼자 온갖 질투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이상한 패배자.나도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람이 싫은데, 아마 그 자리를 피한 것은 상대방 친구가 거짓말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아무튼 그런 고백성사 같지도 않은 얘기는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앞서 말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영화는 이 주인공이 감독이지만 이 영화는 다른 감독이다.그런데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상상하는 영상이 많이 나온다.이 배우는 상상의 전문가로서 캐릭터를 고정시키려는 듯…
주인공 아내가 자기 집 재산에 대해 남편이 참견해도 싫어하지 않는다.더구나 장인 사후의 일까지 얘기해도 그냥 흘려버리는 게 이상하다.
아들 면접에 차질이 생기면 아버지 입장에서 온갖 방법을 다 찾는다.자신을 괴롭히는 옛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해결책을 찾는 걸 보면 아버지는 어디나 똑같다.그러나 이런 방법은 한국의 경우 특혜로 교수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인공이 인생의 비교 목표를 너무 높게 잡고 살다 보면 자신도 초라하고 삶의 낙도 없는 것 같은데 그 목표 기준이 잘 짜여진 친구들이기 때문일까?그렇다면 비영리 회사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닌가.자신의 비즈니스 능력을 모를 수도 있다.늘 상대방에게 부탁만 하는 직종이어서 비교 대상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쨌든 결론은 마지막에 아들이 말하듯 세상은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자책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줄거리는 드라마 수준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잘 묘사하기도 한다.나라면, 또는 저 주인공의 성격이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다.
엔딩 장면에 하버드에 입학한 아들이 길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이 모습을 주인공이 봤다면 화가 났을 것이다.밴드가 되고 싶다면 하버드는 왜 가겠느냐고 했기 때문이다.근데 결국 길거리 공연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