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고혈압은 심해지면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평생 치료해야 할 대표적인 만성질환이기도 하다.
조기에 위험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사람들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지만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방치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나친 고혈압 증상

성인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60대 성인 2명 중 1명이 고혈압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혈압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유전이나 체질, 생활습관, 노화 등이 꼽힌다.
특히 나이가 들면 혈관의 탄력이 줄고 혈압이 증가하기 때문에 노화는 고혈압의 주요 원인이 된다. 과체중인 사람은 고혈압 발생 위험이 건강한 사람보다 3배 이상 높다고도 알려져 있다.
혈압이 높아지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호흡곤란과 손발 저림 같은 증상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혈압이 높은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이런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 환자 2명 중 1명꼴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보고도 있다.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복용법이 특히 중요한 고혈압약

한번 생긴 고혈압은 저절로 사라지거나 완치되기는 쉽지 않다. 일단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대부분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고혈압약을 복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에 맞춰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복용시간을 잊어버렸다면 생각나면 바로 약을 먹으면 되지만 만약 복용했어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나고 처음부터 다음 복용시간이 더 가까워진 상황이라면 건너뛰고 다음 시간에 먹는 것이 좋다. 복용시간을 놓쳤다고 용량을 늘려 먹는 것은 금물이다.

고혈압약은 작용 방식에 따라 크게 5가지로 나뉜다. 그중 심장세포막에 있는 칼슘채널을 막아 혈관을 확장시키는 칼슘채널 차단제는 복용 후 부종이나 안면홍조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저해제를 먹으면 마른 기침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은 의사와 상의해 해당 약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약으로 변경할 수 있다.
고혈압 약 복용 시 주의사항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김치나 찌개, 국물, 젓갈, 라면처럼 염분이 많은 음식을 줄이거나 피하는 것이 좋다. 체내에 염분이 늘어나면 고혈압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분 배설을 촉진시켜 혈압을 낮추는 방식의 고혈압약은 복용 후 체내 칼륨 농도가 줄어들 수 있으며 오렌지 바나나 건포도 같은 과일이나 당근 시금치 같은 녹황색 채소를 충분히 먹는 것이 권장된다. 이들 식품에 칼륨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칼슘 채널 차단제를 사용할 때는 약을 복용하기 1시간 전이나 복용 후 2시간 이내에 자몽 주스를 마시면 안 된다. 자몽 주스가 칼슘 채널을 차단하는 작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
합병증을 유발하는 고혈압, 이렇게 예방하자.
고혈압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이나 뇌혈관을 중심으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근경색, 심부전, 뇌출혈, 뇌혈관폐색 등이 대표적인 고혈압 합병증이다.
또 망막에 이상을 일으켜 시야가 흐려지거나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어지럼증, 두통, 이명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혈압으로 신장이 손상될 경우 혈뇨나 신부전 같은 합병증도 초래된다.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었지만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고혈압은 소리 없는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한다.

고혈압 약을 복용 중에도 운동과 금연, 금주는 필수다. 일주일에 3회 이상 땀이 나고 숨이 차고 맥박이 빨라질수록 운동을 하면서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은 물론 평소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도 중요하다.
(도움말: 서울시 서남병원,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일보 임소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