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채경 천문학자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드디어 읽게 됐다!평소 천문학 물리 등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과학책과 팟캐스트를 많이 읽고 듣는 것을 즐기는데 이 책이 재미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많아 기대하며 읽었다. 별과 행성에 대한 학문적인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르다. 완벽한 심채경 씨의 삶이 담긴 에세이였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과학자는 심채경 씨가 대학원 생활을 하던 시절의 일들을 소개했고, 2부 이과형 인간입니다는 한국에서 여성 과학자로서 겪은 일들을 다뤘다. 3부 아주 짧은 천문학 수업은 천문학에 대한 최신 정보를 재치 있는 화술로 정리했고, 마지막으로 4부 우리는 모두 태양계 사람들은 우리 인생에서 과학자, 외계인은 어떤 의미를 가질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1부 내용을 읽다 보면 왜 책 제목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지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천문학자로 갈릴레오 시대의 사람들처럼 하루 종일 하늘의 별만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공감^^ 패션디자인을 전공한다고 해서 매일 옷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어떤 특정 전공을 깊이 있게 공부하다 보면 이 말이 무엇인지 다들 공감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4부 내용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 같은 대학원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전에 대학원 생활이나 연구자로서 겪었던 일상은 매우 공감스러웠지만, 제4부의 내용은 왜 과학과 우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왜 그 관심이 가치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심채경 씨의 언변은 정말 육성으로 폭소를 터뜨리며 읽은 대목이 정말 많았다.행성인데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지 않나, 지구 세차운동 때문에 황도 12궁이 13궁으로 바뀌고 생일 별자리가 바뀐다는 나쁜 소문이 돌지나 않을까, 하늘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이 별은 네 별, 저 별의 내 별이며 온갖 맹세를 했는데 천상의 세계도 변하다니, 별나다.천문학자들이 별을 보지 않는다 p.240도 심채경 씨가 과학논문을 쓸 때 저자를 항상 우리라고 부른다고 설명한 대목에 놀랐다. 공저자를 제외하고 1인 논문의 경우도 우리로 작성한다고 한다. 연구를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 해나가니 정말 놀랍다. 이 때문에 지상의 토지와 재산권을 분쟁할 뿐 아니라 우주 영역에서도 재산권을 분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국제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와 인류가 이 우주에서 왜 존재하게 됐는지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지만 기업들은 이를 돈으로만 보고 있으니 정말 회의감이 든다. 최근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을 읽고 있었다.과학논문은 늘 저자를 우리 we라고 칭한다. 물론 과학논문은 여러 공동연구자가 함께 내용을 담기 때문에 우리라고 쓰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학위 논문이다. 석사학위와 박사학위 논문의 저자는 당사자 한 명이지만 그래도 논문을 쓸 저자를 자칭할 때 ‘우리’라는 것이다. 내가 학위논문을 쓸 때는 교수님들도 그러라고 했고 선배들도 그러셔서 그런 것 같아 따라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학위를 딴 지 한참이 지나서였다.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며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래서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달에 사람을 보낸 것도 미 항공우주국 연구원이나 미국 납세자가 아니라 우리 인류다. 그토록 공들여 얻은 우주탐사 자료를 전 인류와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천문학자들은 별을 보지 않는다. p.266책을 읽으며 심채경씨에게 가장 매료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지구는 조용히 휙휙 돌았다. 1시간에 15도, 그것은 절대로 멈추지 않은 속도다. 별의 움직임을 느끼고 눈을 뜬 밤을 떠올린다. 밤도 흐르고 계절도 흐르겠지. 나도 이렇게 매 순간 살아 움직이며 삶에 대해 한없이 흘러갈 것이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도 밤은 흐르고 계절은 지나간다. 견디기 힘든 삶의 파도를 한바탕 휘젓고 난 뒤에는 물 밑에 납작하게 엎드려 버티던 내 몸을 달래며 적도 해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눈이 아찔해지도록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한낮의 열기가 식으면 여름밤 돌고래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거야.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아주 빠르게 가고 있는 중이야. 잠깐 멈췄다고, 다 괜찮다고천문학자들은 별을 보지 않는다 p.253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사할 줄 알며 삶의 흐름을 잡지 않고 어떤 어려움에도 초연할 줄 아는 사람. 심채경이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던 부분이다. 정말 멋진 여성 과학자를 알게 되어 기뻤던 책이다.
‘창백한 푸른 점’ 속 천문학자가 일상을 살고 우주를 사랑하는 방법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주목한 심채경의 첫 에세이 이론 물리학자 김상욱 ‘씨네21’ 김혜리 기자 강력 추천! 천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과 세계, 그리고 멀고도 가까운 우… www.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