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에세이를 더 사랑하게 한 책

제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드린 책.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명제를 더욱 강화한 책이다.

다양한 직군과 상황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그동안 가져온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인간 이해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살면서 천문학자를 만날 일이 있을까.천문학자 하면 떠오르는 사람도 장영실밖에 없는데.

이 책의 제목은 매우 로맨틱해 보이지만 내면은 매우 현실적이다. 천문학자들은 별을 볼 수 없다(너무 오래 걸리고 관측소가 적고 비싸 관측도 어렵다) 대신 하루 종일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자료를 정리해 결론을 도출한다.

그럼에도 저게 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즐겁게 몰입하는,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리는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틀고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일까’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이 책에서 내가 공감하고 좋았던 이야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학에 대한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에 대한 생각이다.

대학에 오래 있었던 나는 대학의 본질이 변해가는 것이 싫었다. 대학은 큰 학문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경영학과 정원이 200명씩 돼 학점을 따기 어려운 좋은 수업은 폐강되기 일쑤다. 대학이 취업하기 위한 전단계 학원으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대학에 올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항상 나에게 있었다. 어떤 자격 요건 같은 ‘졸업장’ 때문에 수많은 청년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대선후보가 취업을 잘하려면 대학에서 기업이 원하는 사람을 키우면 된다는 발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세상에서 그것은 어쩌면 이상적인 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학에 있는 천문학자가 대학에 관해 이야기하는 글을 읽으니 너무 공감과 위로가 됐다.

또 여성 천문학자라 들려주는 이야기도 좋았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에 대한 얘기였다. 아직도 얼마나 한국 사회가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에게 폭력적이고 무례한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 어벤져스를 촬영할 때 남성 캐릭터 배우에게는 연기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냐고 물었고, 블랙 위도우에게는 몸매 관리를 어떻게 하냐고 묻자 그 얕고 편협한 차별에 떨었다.

현대의 과학이 서양을 중심으로 발달했다고 해서 동양의 사고가 뒤떨어진 것은 아니고 달을 관찰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등의 이야기도 참 좋았다.

글쓴이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밤하늘의 별을 한번 바라보며 이 빛은 얼마나 전에 쏘아올렸을까. 생각하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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