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운전대를 잡은 것은 군대를 전역하고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교육용 차량을 운전했을 때였습니다.면허 연수를 받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겠지만 가장 어려웠던 코스는 주차 코스였습니다.

저는 주차하면서 이렇게 생각했어요. 바퀴가 조금만 더 구부러지면 주차가 쉬워질 텐데. 처음에는 바퀴가 휘어지는 각도가 안전상의 이유 때문에 잘 부러지지 않도록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 말고도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죠.일반 큰 차보다 작은 차가 주차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세단, 승합차, 화물차 등을 운전해 보신 분들은 오히려 승합차나 화물차 주차가 쉽다고 느끼실 겁니다.그 이유는 승합차나 화물차의 경우 바퀴 회전반경이 좀 더 큰 데다 차량 앞이 딱딱해지기 때문에 좁은 공간을 들어가기 쉽기 때문입니다.그럼 바퀴의 회전 반경을 90도까지 구부릴 수 있다면?

주성치의 ‘소림축구’ 한 장면입니다. 만약 앞바퀴 회전반경이 90도 이상이면 주차 시 앞뒤 공간이 거의 없어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혹시 뒷바퀴까지 같이 90도로 돌면? 종이 한 장의 차이로 밀착되어 있어도 단 한 번의 조작으로 빠져나갈 수 있겠죠?

그러나 기존 가솔린, 디젤, LPG 등 차량의 경우 구동구조상 바퀴를 90도로 구부릴 수 없게 돼 있습니다.그럼 전기자동차는요? 전기차의 경우 각 바퀴에 개별 모터를 장착해 전기만 틀면 작동할 수 있어 설계가 매우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바퀴의 위치를 차량의 앞뒤 양단으로 보낼 수도 있고 바퀴를 90도까지 구부릴 수도 있습니다. 즉 최적의 주차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게다가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면 주차 걱정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차량 크기보다 조금 더 큰 공간이 있다면 일단 탑승객은 자동 주차 기능을 사용하기 전에 내린 뒤 리모컨으로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자동으로 주차할 수 있는 겁니다.그렇게 되면 주차 공간의 효율성도 높아지고 일정 공간에 더 많은 차량을 주차할 수 있게 되어 주차 공간 부족 문제 해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자율주행은 기술의 완성도에 비해 아직 멀었습니다. 인문학적 입장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라는 게 전혀 상용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돌발 사태에 대한 판단을 인공지능에 내리는 것 자체가 책임 소재를 불명확하게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기술적 완성보다 이런 부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이처럼 주차나 좁은 통로에서 후진이 어려운 경우 등 장애인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상당히 실용성이 있어 보입니다. 현재 전망으로는 2025년 이후부터 이런 기술이 적용된 차량이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