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을 든 짐승들(2020) :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를 만큼 큰돈이기는 했다.

영화 <짚을 든 짐승들> 메인 포스터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짚을 든 짐승들> 메인예고편 : https://tv.naver.com/v/12013705

*2020년 2월 19일 개봉(2020.02.17 시사회 관람)

태연(j. 정우성)

영희(j.전도영)

모든 것의 시작은 가방에서

터벅터벅 발자국 소리가 들려 커다란 가방이 누군가의 손에 꼭 쥐어진 채 운반되고 있다. 평택 가보호텔, 사우나라는 곳을 유추할 수 있는 몇 개의 단어가 스쳐 지나가면서 종이 울린다. 데스크 직원을 찾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몇 초. 가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불투명한 유리문이 등장했다. 아까는 사우나비를 처리한 모야다. 문이 열리고 거침없는 발걸음이 향한 곳은 위아래로 늘어선 사물함 앞이다. 47이라는 숫자를 가진 사물함이 열리고 가방은 안으로 들어간다. 뭐든 가방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담겼을 때의 소리로 유추하지만 무게가 꽤 나가는 물건인 것만은 확실하다.

다음 운영을 위해 정리 중이라는 팻말이 걸린 사우나 안에서 중만은 팻말대로 부지런히 물건을 채워 넣고 마루를 닦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파트 근무자들과 비교할 때 일부러 고생하는 게 맞다. 큰돈은 못 벌어도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면 어떻게든 성실하게 끈질기게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뉴스가 나간다. 평택항에서 신원 미상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 평택의 한 골목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간 남자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 도주하던 40대 남자를 군산에서 검거했다는 소식 등 끔찍한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중간에는 자기 할 일에 집중할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물함을 점검할 차례가 왔다. 일 빈 사물함을 지나 드디어 47번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는지 가방은 그대로였다.

중만(J.배성우)

욕심나면 어떡하지?

애인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전화번호가 바뀐 것 같지는 않은데 연결이 안 돼. 태영은 이 소식이 전혀 없는 애인 때문에 요즘 막 죽을 맛이다. 서류상 정리가 필요한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연인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게 문제가 아닐까 싶지만 태영이에게는 문제가 있었다. 그것도 매우 큰 문제다. 사업을 위해 사채를 끌어들인 연인의 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애인이 사라진 지금 그 빚은 자연스럽게 보증을 선 태영이 떠안게 됐고 마침 타이밍 좋게도 그 빚을 떠넘긴 사채업자 박 사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몇 시까지 어디로 오라는 딱 명령조의 문자 빚을 갚을 때가 됐다는 뜻이다.

그럼 약속한 것을 받는 시간을 갖죠.”그럼 조금만 더 시간을 줄래?”

수익이 좋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미란은 큰돈을 부담 없이 들였다. 있는 돈, 있는 돈 다 떼고 조금만 욕심 부리지 않았으면 있는 돈만 들였어도 지금보다는 나았을까. 그래, 사업은 처음부터 만들어진 허상이었다. 미란은 사기를 당했다. 건 돈은 모두 고스란히 빚이 되어 돌아왔다. 남편은 과묵해진 말을 하는 대신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렇게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에는 반드시 미란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랫동안 공을 들였던 가정이 해체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직 태영과 연희의 가게, 남편이 집을 비우는 저녁부터 새벽 사이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곳에서 미란은 진태를 만났다. 소년의 모습은 다 벗지 못했지만 눈빛이 예리한 게 마음에 든 청년이라는 게 그의 첫인상이었다. 그때 진태는 말하였다. 사람을 죽이고 한국으로 도망온 것이라고. 놀라서 표정을 굳힌 미란에게 얼른 농담이라고 겁먹지 말라고 했지만 미란은 진태의 그 말이 왠지 농담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망보험금. 인생을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거금. 죽지 못해 함께 사는 남편이 하필 그 순간에 머릿속을 스쳐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원래 큰돈을 쥐고 있는 놈들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믿어서도 안 되고.

진태(진.정가람), 미란(진.신현빈)

메기(배진웅), 박사장(정만식)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게 할 만큼 큰돈이기는 했다.

극의 막을 올린 가방 뒤에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은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는 가장 화목하지만, 이어서 등장하는 인물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따라가다 보면 사실상 극에서 벌어지거나 이미 벌어진 모든 사건의 맨 앞에 선 것은 빚 때문에 가정이 파탄난 미란과 미란의 남편, 그리고 불법체류자 진태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삶이 고달프다는 것 말고는 일면식도 없던 인물들이 돈가방을 메고 뒤엉키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총 여섯 장에 걸쳐 있지 않았던 가방이 어떻게 생겨났고, 그 가방이 왜 사우나 사물함에 흘러들어갔는지에 대해 시간차를 이용해 조금씩 뿌려나가는 데 묻지 않을 수 없었다.(최근 본 작품 중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위처와 영화 젠틀맨이 이런, 혹은 비슷한 전개 방식을 취했다.) 흩어져 있던 퍼즐이 맞물리는 그 순간의 스릴을 여러분이 느끼셨으면 한다.

인간은 희망을 갖기 위해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지푸라기 잡고 싶은 동물들 속 절박한 인물들에게는 금자루가 그 희망이요, 곧 고통이었다. 사실 큰 욕심 없이 번 돈을 이용해 빚을 갚았다면 현실은 여전히 난장판일지라도 더는 협박하거나 쫓기지 않고 그저 큰돈을 쥐기 전과 같은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는 영화가 될 수 없고, 또 그러기엔 너무 큰돈이긴 했다. 내가 저 안에 놓여 있을 때 극중 인물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서지 않을 정도다.

+ 바람과 1000만이 있어도 어디로든 가는데 두 팔과 다리가 제대로 살아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없을까?+ 인생사 세온지마와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서.

+++ 태용이 형 핸드폰 LG V20 반가웠어 핸드폰을 바꾸지 않았다면 커플폰이었을텐데(아님)

붕어(j. 박지환)

“붕어야, 다들 우리 둘 닮았다는 거 모르니?” 너는 내 얼굴에서 네 얼굴이 안 보이니?

영화 <짚을 든 물고 싶은 동물들>, 국내외 언론 반응 및 시사회 관람 후 영화 정보 제목 : 지프… 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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