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으로는 판단할 수 없어”…자율주행차 사고라도 난다고?

●사고조사위 “조사 후 책임 묻겠다” “어제 조사 과실땐 보험 사서 구상권 수준 4수준 대비 법 등 정비 시급”

자율주행차에 탑재한 센서의 전파가 퍼져 앞차와의 간격을 감지하는 방식을 그래픽화한 모습. 현대모비스 제공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사고를 유발하면 책임은 운전자와 차량회사 중 어디에 있을까. 현행법으로는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주행이 가능한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법과 보험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재 도로교통법은 법규 위반 주체를 운전자로 규정한다. 자율주행차의 과속이나 신호위반이 있을 경우 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만 현재 시판되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레벨 02단계 수준이다. 자율주행 기능은 운전자를 보조하는 데 그친다. 레벨 3의 자율주행도 특수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 사례와 마찬가지로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좋다.

사고가 났을 때도 비슷하다. 지난해 4월 개정된 자동차손해배상법은 자율주행차는 사고가 났을 때 일반 차량과 마찬가지로 차량 보유자가 배상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고가 나면 자율주행 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조사를 한다. 그 결과 업체 과실이 인정되면 보험사에서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들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1~3월) 중 ‘레벨3 자율주행차보험’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레벨 4단계부터 문제가 복잡해진다. 레벨4는 차량이 교통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추월할 수 있는 레벨이 고도화된 자율주행 단계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시스템 오류는 사고의 원인이지만 현행법으로는 업체를 처벌할 수 없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적용하는 법에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조물책임법, 자동차관리법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법은 사람이 차량을 운전했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사고에 이 잣대를 들이대면 무리라는 게 법조계의 인식이다. 제조물책임법은 일반 완성차의 결함으로 사고가 났을 때 완성차 업체에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된다. 단, 자율주행 시스템과 같은 소프트웨어는 제조물책임법상 제조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과 시스템의 허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각국 정부가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레벨4 자율주전 상용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주체를 기술감독관으로 정했다. 기술감독관은 자율주행차의 상태를 외부에서 모니터링하고 위험신호를 감지할 때 자율주행 기능을 멈추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은 올해부터 4등급인 자율주행차를 무인대중교통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자율주행 중 사고가 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어떤 법률을 적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달 23일 자율주행차 규제혁신 로드맵 2.0을 발표하면서 관련 법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레벨 4의 자율주행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업체 책임이라는 원칙도 세우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법무부 금융위원회는 보험체계 수립을 위해 자동차손해배상법과 제조물책임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사고를 유발하면 책임은 운전자와 차량회사 중 어디에 있을까. 현행법에서는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new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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