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4시 40분에 집을 나섰다.늘 차로 붐비던 왕복 8차로 도로에는 가로등 불빛만 드리워져 있었다.도로 외톨이에서 혼자 차를 타고 떠드는 그 기분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 와중에 떠오른 생각들이란… 초보 운전자들 도로연수하기 딱 좋네 이고
내보낸 라디오에서는 제러드 졸링의 ‘Ticket to the tropics’가 흘러나온다.https://www.youtube.com/watch?v=VBUYiPZ3aeI
순간 과거로 뿅…
사춘기 때 테이프가 흘러내릴 정도로 지겹게 들었는데, ‘음악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 대단하다.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들었던 노래인지, 심지어 훗날 다시 듣게 되면 그 장소, 그 느낌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상당히 아련해진다. 그래서 여행을 갈 때 조심스럽게 선곡하고 떠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그 장소를 더 떠올리고 싶고.
공부엔 흥미도 없고 사는 것도 참 지루하던 그 소녀가 30년 뒤 한국도 아닌 다른 나라로 새벽길을 출근하면서 듣게 된다는 것을 정말.상상이라도 했을까?
히죽 웃음이 나왔다. 사람 일은 정말 아무도 모를 것 같아서.나는 그저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인데 세월만은 이렇게 흘러갔구나 하는 허무감도 밀려왔다.저도 정말 많이 변했다는 걸 깨달아서 그런가 봐
업무 복귀 후 지난 일주일은 훌쩍 지나갔다.그만큼 바빴다. 연장 근무도 오늘까지 3회.
2주동안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일을 다시 시작해서 그런지 바쁘게 산다는게 이렇게 뜻깊네..다시한번.
나 없는 사이에 장장 앞으로 8주간의 토요일 연장 근무 스케줄이 옆 팀으로 잡혔어.보통 이곳 부인들은 돈을 떠나 추가 근무를 하지 않는데 웬일인지 다른 부서의 지원으로 자리가 꽉 찼다. 내가 지원하거나 하는 상황도 없다.다들 코로나로 주말 내내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추가근무를 많이 하지 않은 한 동료는 일이라도 가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그리고 돈도 나쁘지 않고
어쨌든, 나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되는 기회는 놓쳤지만, 지인의 말처럼 주말은 쉬기로.사실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기는 했다.OT(오버타임) 기회가 되면 일을 하고, 아니면 아쉬워하지 말고 더 잘 즐기는 걸로.매순간 나에게 놓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정신적으로도 매우 좋다.
오늘은 우리 팀 일 때문에 출근해야 하는데 잠깐 도와주러 온 다른 팀 동료들과 집에서 빈둥거리며 지내도 단순 반복적인 그 팀 일(8주 풀타임 토요일 근무)을 하러 가지 않는다고 한다.물론 그는 전형적인 오지(호주인)다. 사내 동료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나와 같은 시기, 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아시안) 동료들은 “그 OT 기회를 놓쳤다”며 상당히 아쉬워했다.
(훨씬 수입이 좋은) 주말 밤근무의 한 병원 측 인더스트리에서도 그렇고 주로 이민 온 아시안들은 기회가 되면 추가 수입을 위해 최대한 추가 근무를 하려고 한다.안정된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고 자란 오지는 정부가 국민을 굶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의 돈이 있어도 불안해하거나 적극적으로 세이빙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물론 모든 호주인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그래서 추가 수입을 위한 노동에 관심이 적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이렇게 수입, 소비, 저축 관념이 다르다.
어쨌든 일이 밀린 옆 팀뿐만 아니라 우리 팀도 일이 밀려서 잠시 일을 할 계획이다.열심히 일해서 한국에 갈 수 있어? 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커.
록다운 전 같으면 아침 7시 반에 귀가해서 근처 브런치 맛집에 들러 아침을 먹고 돌아왔을 텐데.포장만 가능한 시기여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새벽 출근이라 일찍 자도 피곤하지 않아 아침을 먹으며 일주일 동안 밀린 빨래와 이불 빨래를 세탁기에 시켰고 철수(로봇청소기)는 집 안을 산책시켰다.참 편한 세상이긴 하다. ㅎ

10월 2일에 가나? 동네 산책 중에 찍은 사진이다코로나에서 심심해진 이웃이 만든 꽤 빠른 할로윈 데코.




그리고 평화로운 산책로의 풍경…



삶의 여유란 경제적인 것과 시간적인 것, 관계적인 것, 환경적인 것 등에서 오는 게 확실히 맞는데
그보다 더 큰 요소는 자신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것.
어떨 때는 이유 없이 꽤 불안하지만 어떨 때는 세상이 아주 편안하다.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이런 기분은 아마 (내 나이대의 중년들)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
내 감정이 지금 어떤가 하는것을 마치 제3자가 지켜보는것 처럼.. 내가 나를 잘 봐주는것이 가장 중요한것 같다.
중년의 위기 극복은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