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록 어려워 vs ‘허위청구 감소 기대’ 백내장 통원치료 판결 후 폭풍…’보험금 심사’

대법원 “환자 개별 여건 고려해 보험금 지급해야” 실손보험금, 올해 청구보험금 1조원으로 사상 최대 보험사, 백내장, 도수치료 등 지급심사 강화…●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 양산 우려

백내장 체불보험금 피해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백내장 체불보험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경기 남양주에 사는 이모(여) 씨는 지난해 8월 눈앞이 흐리고 흐린 증세로 안과를 찾았다.

안과의사의 권유로 수술비 1500만원에 달하는 백내장 수술을 했다. 2008년부터 B보험사의 실손보험 상품에 가입했던 이 씨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병원 관계자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B보험사는 의료자문 관련 안내와 동의서, 제3의료기관 의료판정확인서를 작성해야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미루고 있는 상태다.

이씨는 “실손 청구하면 받을 수 있다는 병원 말만 믿었지만 보험금 지급이 보류됐다”며 “필수사항도 아닌 선택사항 서류를 제출해야 해 자문 의사의 의견을 요청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보험사들이 더 엄격하게 심사기준을 만들어 보험금을 지급받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금 지급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보험 가입자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최근 백내장 수술을 일률적인 입원 치료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그동안 실손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꼽혀온 백내장 과잉수술을 막을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입원 치료의 적정성 문제에 대해 보험사들이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어 명확한 규정 정비를 요구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대법원 “환자 개별 조건 고려해 보험금 지급해야”

22일 보험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16일 현대해상이 수술받은 실손보험 가입자 B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는 백내장 수술이 입원 치료에 해당한다고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현대해상은 통원 치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B씨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가입한 보험은 백내장 입원치료 시 입원의료비 5000만원 한도가 적용되지만 통원치료의 경우 25만원 한도가 적용된다.

2심 재판부는 B씨의 백내장 수술에 대해 통원치료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손보험 약관상 환자가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통원치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입원의료비를 보험금으로 받으려면 최소 6시간 이상 입원실에 머물거나 처치·관찰을 받아야 하지만 하루 2시간 정도 수술을 제외하고는 구체적 기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에게 부작용이나 합병증 등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면서 “단순히 입퇴원 확인서가 발급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입원 치료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 실손보험금 올해 청구보험금 1조원으로 사상 최대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1조원을 넘어섰고 백내장 수술이 실손보험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면서 백내장 과잉진료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백내장 수술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보험금은 1조152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5년 전인 2016년 779억원에 불과했던 관련 보험금이 무려 15배가량으로 급증한 셈이다.

백내장 수술은 노화 등으로 인해 회백색으로 혼탁한 안구 내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수정체(렌즈)를 삽입하는 것인데 이 렌즈의 종류에 따라 수술 비용이 수 십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까지 청구됐다.

보험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부 안과가 노안이 있는 장년층 실손보험 가입자를 상대로 백내장 여부와 관계없이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을 부추겨 막대한 보험금이 지급되면서 과잉진료의 배경이 된 측면이 있다.

수술시간이 20분 정도로 짧아 간편하고 통원치료로 할 수 있는 것을 입원치료로 부풀리거나 진료비 일부를 환급해 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입원치료 실손보험 보장한도는 최대 5000만원이지만 통원치료는 한도가 20만~30만원에 불과하다.

원칙적으로 시력교정치료는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지만 보험금 지급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보험사는 실제 백내장 여부를 꼼꼼히 검증하지 않고 의사의 진단명과 수술 사실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했다.

■보험사, 백내장, 도수치료 등 지급심사 강화할 듯

보험업계는 대법원 판결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백내장 수술을 받을 경우 입원치료 보장 한도에서 보험금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백내장 수술을 받고도 실손보험으로 수술비 전액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받지 못해 환자가 직접 수술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비급여 누수 방지 태스크포스가 백내장뿐 아니라 도수치료나 주사제 등 과잉진료 우려가 큰 다양한 비급여 항목의 심사 강화 방안을 협의해 시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 다초점 수술에 대해 보험금 심사기준을 먼저 적용하고 도수치료와 주사제 등 다른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의료자문 지급심사 강화 문제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보험금 청구 결과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은 이번 판결로 보험사들이 더 엄격하게 비급여 지급 기준을 만들어 보험금 청구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3일 백내장 미지급 보험금 피해자들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우리는 보험사기 행위 범죄자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판결로 인해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금융감독원이 실손보험 누수를 막겠다며 내놓은 가이드라인(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이 보험업계의 이런 움직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특정병원에서 과잉진료한 것으로 의심된다’ 등 5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의료자문을 거쳐 보험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문제는 보험금 지급 거부의 근거가 되는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는 점이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내부 심사만으로 판단이 어려운 경우 전문의에게 소견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현재는 자문의가 소속된 병원명과 전문과, 자문 건수만 공개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일부 의사가 보험사 취향에 맞는 자문 결과를 내놓고 억원대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환자명이나 질병코드가 잘못 적혀 있거나 병원 직인이 없는 출처 불명의 의료자문서를 받은 금융소비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사 임원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과 함께 명확한 규정 정비를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실제로 보장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기준을 세밀하게 짜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환자 개별조건 고려해 보험금 내야 실손보험금 올해 청구보험금 1조원으로 사상 최대 보험 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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